<어쌔신 크리드> - 암살은 없고 학살만이 있을 뿐

아마 몇 개월 전이었을 거다. 티비에 나온 어쌔신 크리드의 광고를 보고 입이 쩍 벌어졌다. 암살자를 소재로 다룬 여느 게임과는 달리 십자군 전쟁을 연상시키는 큰 스케일과 암살의 미학이 담긴 섬세함, 그리고 장엄하기까지 한 음악까지. 이 모든 것이 단 30초만에 나를 매료시켰다. 칼을 맞댈 필요도 없이 외마디 비명을 지를 틈도 주지 않은 채 일타일킬을 하는 암살자의 로망. 이 게임은 이런 암살자의 로망이 담겨있는 듯 했다.

어쌔신 크리드의 오프닝 장면. 
실제 게임플레이도 이와 95% 흡사한 그래픽을 자랑한다.
 



그러나 막상 게임 속 암살자를 직접 조종하다 보니 이건 예상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뒤로 슬금슬금 돌아가 전광석화 같은 손놀림으로 단숨에 모가지를 따버리는 암살의 손맛을 기대했건만 실제 게임을 몇 시간만 하다 보면 이런 식으로 암살을 노리기 보다는 그냥 경비병에게 발각되던 말던 장검을 뽑아 휘두르며 1:50 맞짱을 뜨게 된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도망 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도망가기도 귀찮을뿐더러 도망가봤자 이득 볼 게 없다. 도망가서 숨어있다 돌아와봤자 경비병들은 다시 달려드는데 뭐 하러 도망갔다 다시 오나. 그 시간에 열심히 모가지나 따줘야지.


네 정체가 진정 암살자란 말이냐!? 학살자가 아니고!?
위 사진처럼 두근두근한 암살의 묘미보다는 1 대 다수의 무대뽀 전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출저: 루리웹 마샬아츠님의 스샷)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행이 너무 지루하다. 무의미한 행동의 연속이다. 뷰포인트 확보는 정부수집 장소를 식별해 내기 위해서는 필요한 행동이지만 시민 구하기나 깃발 모으기는 하면 할수록 그다지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 게임의 모든 요소를 100% 정복해야만 한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힌 게이머가 아니라면 무시하고 진행해도 전혀 지장이 없는 수준의 헛고생이다. 좀 더 심하게 표현하자면, 오히려 전 맵을 돌아다니며 깃발을 다 모으려고 하다가는 홧병이 나서 내가 나를 암살하고 싶어진다. 또한 진행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정보수집인데 어쌔신 크리드에서는 각 보스를 만나기 위해서 일정 수 이상의 정보를 수집해야 된다. 소매치기, 엿듣기, 심문, 첩보원의 4가지 미션이 있는데 첩보원 미션을 제외하고는 스릴 따윈 찾아 볼 수 없는 지루함 그 자체다. 캐릭터간의 대화나 컷신이 스킵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지루함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뷰포인트 확보를 위해서는 매번 이렇게 지루하게 벽을 타고 올라가야 된다.
2분에 걸쳐 올라가고 4초에 걸쳐 낙하하는 이 허무함.



스토리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처음에는 흥미진진한 듯 하더니 가면 갈수록 똑같은 내용의 반복뿐. 새로운 전개도 없이 같은 자리에서 모호한 대사들로 빙빙 맴돌 뿐이다. 스토리 막바지에는 나름대로 반전이 있는데 이 역시 게임의 20% 정도만 진행해도 쉽게 예상할만한 뻔한 반전이다. 나름대로 심오한 대사의 오고 감이 있지만 스토리 자체에는 깊이가 없을뿐더러 엔딩의 허무함은 이미 어쌔신 크리드를 플레이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일화다. 

그리고 또 빠질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전투. 어쌔신 크리드의 전투는 쉽다. 그것도 무지하게. 그냥 타이밍만 맞춰 버튼을 누르면 만사 오케이다. 10명에게 둘러싸여도 막상 공격해 오는 건 한 번에 한 두 명씩 밖에 안 되고 템플러라 불리는 고급 병사를 제외하고는 인공지능이 한심한 수준이다. 물론 막바지로 치닫을수록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간 미션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조작에만 익숙해지면 방향키도 필요 없이 그냥 버튼 두 개(카운터 스킬)만 있으면 1 대 다수의 싸움도 맥주 한 캔을 마시며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경비병을 죽이는 여러가지 방법.
1분 40초 부터 재생하면 1대 다수의 전투 화면을 감상할 수 있다. 
보시다시피 쉬워도 너무 쉽다.



어쩌다 보니 혹평에 가까운 리뷰가 나왔는데 그렇다고 해서 도저히 못할 정도의 게임은 아니다. 그래픽은 실사에 가까울 정도로 훌륭하고 건물 위로 올라가 바라보는 예루살렘의 절경은 가히 인상적이다. 게다가 높은 프레임 지원으로 인한 캐릭터의 부드러운 움직임과 선혈이 난무하는 전투신의 묘사나 시민들의 사실적인 움직임도 매우 만족스럽다. <페르시아 왕자> 풍의 중동 분위기에 매력을 느끼거나 사실적인 그래픽에 중점을 둔 게이머라면 추천을. 스토리나 전투의 즐거움, 혹은 긴박감을 좋아하는 게이머에게는 다른 게임을 추천한다. 그래도 플레이 타임이 짧은 게임인만큼 한 번쯤은 클리어해 볼 만한 괜찮은 게임이라는 말로 짧은 리뷰를 마치겠다.

그래픽 10/10
사운드 9/10
게임플레이 4/10
스토리 3/10
몰입도 3/10


총평 6/10





by 미타민 | 2008/11/28 14:15 | 게임은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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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러브햏 at 2008/11/28 14:21
이야, 빨리 해보고 싶군요. 저는 긴게임은 지루해서 못하는 지라.
Commented by 미타민 at 2008/11/28 14:36
지루한 게임을 못 하신다면 비추하는 게임이에요. 러브햏과는 같이 마리오 파티를 즐기고 싶군요 :)
Commented by KiBoU at 2008/11/28 15:00
이런게임은 구경하는게 더 재밌는듯 ㅋㅋ
Commented by 미타민 at 2008/11/28 15:16
그냥 해도 지루한 감이 있는데 구경만 하시면 좀 지루하실지도 ㅎㅎ
Commented by GrayFlower at 2008/11/29 09:03
요번에 삼돌이용 플래티넘(저렴하게 재출시)으로 나온다고 해서 사볼까 했는데 말이죠..^^;
Commented by 미타민 at 2008/11/29 10:32
저도 매우 저렴하게 단돈 10불에 구입했습니다. ^^ 저렴하게 구하신다면 충분히 즐겨볼만한 타이틀이에요~
Commented by ㅠㅠㅠ at 2008/12/01 18:44
저동영상에서 칼로 갑자기 찌르는 스킬은 defense break 라는 스킬인데 어떻게 쓰는지 전혀 감이 안와요 ㅠㅠㅠ
Commented by 한성 at 2009/01/10 18:03
난 구경하는게 더 지루하던대 ㅋㅋㅋㅋ; 진짜 지루해터짐 ㅋㅋ
Commented by at 2009/01/21 19:43
일반 칼질이라면 상대방이 막죠
defense break는 타게팅 한 상태에서 스페이스바 누르면 상대방 앞으로 뛰는데
그때 첫칼질로 디팬하는 칼을 강하게 쳐내고 두번째 타격하면 상대를 보내버립니다.
튜토리얼(그 칼질 연습하는곳)에서 연습하시면 대충 감 오실꺼에요
컴퓨터판이 스킬 버튼설명이 손모양(제작사로고2개0) 이런식으로 나와서 -_-
Commented by 알테어 at 2009/02/21 18:19
전혀요 이거 난 많은 스릴과 엄청난 그래픽에 감동먹었음
Commented by 히밤바 at 2009/03/24 00:19
글쎄요.. 확실히 스토리와 그 단순성엔 혀를 내두를 지경이지만.. 나름대로 처음할때는 꽤 몰입이 되던데 ^^ 게임플레이도 꽤 괜찮구.. 물론 나중에 가면 짜즈안지만
Commented by at 2009/08/02 14:04
스토리가 3점이라는건 좀 이해가 안되네요 ; 뭐 물론 개인차겠지만
스토리는 부분에선 좋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깃발 노가다 같은건 진짜 싫더군요 ..
뭐 그래도 800만장 넘게 팔린 게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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