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 백야의 밤은 우리의 밤보다 어둡다

하지 무렵의 북극은 해가 지지 않는다. 이른바 백야라 불리는 이 자연의 장난은 밤이 되어도 해가 떠있는 기현상을 유발한다. 밤을 앗아가고 낮을 선사한다. 또 다른 낮을 주었음에 감사해야 하는 건지 밤을 앗아갔음에 슬퍼해야 하는 건지 고민할 새도 없이 그렇게 북극의 해는 야속하리만큼 중천에 떠있다. 그리고 이 백야의 햇살 아래 어두운 길을 걷는 두 남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잔혹한 현실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솜털조차 다 자라지 않았을 11살의 소년, 소녀는 서로를 위해 부모를 죽인다. 이제 태양 아래 함께 걸을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는 이미 이 순간부터 일그러져 있다. 범죄를 은닉하기 위해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로 위장되고 그들은 공소시효 날인 2006년 11월 11일을 향해 기나긴 세월을 의지하며 버텨간다. 함께 태양 아래를 다시 걷자고 서로에게 되뇐다. 서로의 행복을 위해, 서로에게 면죄부가 되는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 그들은 행복 본연의 의미와 어긋난 행복에 동기를 부여한 채 범죄를 거듭한다. 아마도 피투성이로 태어나 그런 부모의 품에 안기는 순간부터 그들의 백야행은 이미 정해져 있었을 터.


"그 날 너를 잡아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라며 눈물을 흘리는 사사가키 형사를 보며 촉촉히 젖는다. 13계단을 오르진 못했지만 끝내 유키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낮을 선사해 준 료지의 마음. 이 어긋난 사랑만큼은 료지와 유키호에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희대의 역작으로 남아 있듯이, 내게도 그와 같은 존재가 되겠지.

백야의 밤은 어둡다. 아무리 태양이 강렬히 내리쬔다 하더라도 결국은 낮이 되지 못한 밤의 발악일 뿐. 


by 미타민 | 2009/04/28 16:38 | 팝콘 좀 드세요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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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준타이 at 2009/04/29 00:31
정주행 한거임???????

그럼 인제 소설 볼 차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미타민 at 2009/04/29 09:37
역시 준타이의 센스는 자비심이 없는 거임 ㅠㅠㅠ
Commented by 러브햏 at 2009/04/29 01:29
아, 너무 진지하셔.
Commented by 미타민 at 2009/04/29 09:37
이건 보면 진지하지 않을 수가 없어.
설상 젖었더라도 :)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4/29 02:02
오 진지합니다
Commented by 미타민 at 2009/04/29 09:38
외로워서 그렇습니다 (....)
Commented by 유돌 at 2009/05/02 14:21
전 백야행 소설로 읽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재밌어서, 이 작가가 쓴 책이라면 일단 망설임없이 책꽂이에서 뽑아들죠ㅋ 그런데 결말은 썩 맘에 안드는 경우가 많아요. 항상 나쁜인간이 벌을 안받더라구요!! 아우 답답....
Commented by 미타민 at 2009/05/03 12:52
오오 소설은 재밌던가요?
전 개인적으로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라는 일본 드라마를 가장 감명깊게 봤는데
소설이 원작이라 해서 소설을 읽어보니 드라마보다 훨씬 별로더라구요.
그래서 백야행도 소설로 읽기에는 왠지 좀 꺼려집니다 ㅋㅋ
일본에는 권선징악이라는 미덕이 없나봐요? ㅎㅎ
Commented by 유돌 at 2009/05/04 10:43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읽어보지 않았어요. 대충 훑어보니 책이 좀 싱거워보이더라구요ㅋ(약간 자부하는데,ㅋ전 이런 감은 좋아요~ㅋ제 취향이 그리 마이너한 것도 아니니까)하지만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꽤 히트쳤죠? 그때 영화로는 볼까 싶었었는데 결국 못보고 넘어갔네요ㅜ
책 백야행은 재밌답니다. 소설이 재밌는경우, 웬만큼 믿을만한 감독이 아니면 영화화에는 별로 기대를 갖지 않는 편이라서 그다지 볼 생각이 없지만.
혹시 근래 독서하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아사다 지로의 '천국까지 백마일' 추천드립니다~ㅋ 한 권 다 읽고 나면 아주 알차게 읽었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죠. 이것도 정말 재밌게 읽은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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