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모병제. 영리하달지 교활하달지.

이제 2주 정도가 있으면 미군에 소속되어 있는 제 절친한 친구가 이라크로 떠나게 됩니다. 약 13개월동안 이라크에 체류하고 한화로 약 3000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하네요. 그 돈으로 1년 후에 돌아와서 차를 새로 뽑는다고 생각하면 좋지만 한편으로는 집과 정들었던 친구들과 여자친구 곁을 떠날 생각을 하면 착잡하기도 하다고 합니다. 저 역시도 친한 친구를 전쟁터로 떠나 보내는 마음이 그리 편하지 만은 않네요.

그래서 오늘은 간단히 미국의 군대 시스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는 군 관계자도 아니고 딱히 전문적인 식견은 없지만 그래도 미군에 속해있는 친구에게 들은 것과 미군 공식 사이트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간단하게 미군 시스템에 대해 훑어볼까 합니다.

일단 미국은 징병제가 아니라 모병제입니다. 제가 미국에 와서 놀랐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점인데요. 고등학교 때 처음 미국으로 유학을 온 저는 당시 세계에 관련된 상식이 없었던지라 미국을 포함한 세계의 모든 나라가 다 우리나라처럼 징병제인줄 알았습니다. 슬프게도 아직까지도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몇 나라 남지 않았다는군요.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유럽국가는 최근 5년 사이에 모병제로 바꼈다고 하며 징병제의 대표 국가 독일에서조차도 징병제 폐지가 작년부터 한참 급물쌀을 타고 있다고 합니다.

1950년대의 미군 모병 광고입니다. 포스가 느껴지지 않나요? 


미국의 경우는 모병제로 군인을 모집해도 인구가 워낙 많은 나라이기에 충분히 커버가 가능합니다. 오히려 징병제를 실시했다간 넘쳐나는 군인 수에 국가 예산이 감당이 안될지도 모를 정도로 말이죠. 현재 미국 인구는 약 3억 명이고 그 가운데 군인은 대략 120만 명 정도라 합니다. 전체 인구의 약 0.5%도 안되는 수가 군인인 셈이죠.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남자들이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는 데도 정규군의 수가 100만도 안되는 걸 생각해보면 역시 인구수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죠.

그렇다면 미국은 어떻게 해서 그 0.5%를 군인으로 모집하는데 성공할 수 있느냐? 바로 ‘돈’입니다. 군대에 지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층이라 군인이 되었을 때 받는 혜택도 물론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예로 들면 군대와 일정 기간이상 계약을 맺으면 대학 학비를 전부 군대에서 대줍니다. 물론 ‘학점 몇 이상 유지’ 등의 조건이 붙기는 하지만요. 뿐만 아니라 월급 및 보너스도 꼬박꼬박 줍니다. 제 친구의 경우는 정규군이 아니라 예비군(Army Reserve)인데 달랑 한 달에 1박 2일짜리 훈련을 2번 정도 가고도 월급을 100만원 이상 거저 받습니다. 우리나라는 한 달 내내 주말빼고 훈련에다가 근무서고도 많이 받아야 10만원 정도 받는 것을 생각하면 억울할 정도죠. 아 물론 미군이 되면 연중 학교가 방학할 때 한 달 정도 긴 훈련에 참가해야 하긴 하지만 이 훈련에 참가하게 되면 월급 외에도 꽤 짭짤한 보너스가 지급된다고 하니 나쁘지는 않은 듯 싶네요. 머리를 마음대로 기르지 못하고 한 달에 두어 번 훈련에 참가해야 된다는 사소한 점만 빼면 결국 일반인과 전혀 다를 것이 없는 미국 예비군 시스템은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기엔 신기할 따름입니다.  



모병제에는 역시나 광고가 빠질 수 없겠죠? 미국은 군대 광고를 쉴새 없이 해댑니다. 티비에서 뿐만이 아니라 잡지나 신문에 커다랗게 광고가 실리는 건 기본이고 길거리에 포스터라던지 이메일, 심지어는 광고 전화도 많이 옵니다. 제가 고등학교 2학년쯤 됐을 때, 저한테도 전화가 온 적이 있었습니다. 군대에 들어오면 “비싼 대학 등록금 전액 면제에다가 평생 무료 보험에 한 달에 훈련 몇 번만 오면 되고 월급까지 준다” 라면서 어찌나 잘 구슬리던지…

“죄송하지만 저 미국 시민이 아닌데요.”라고 했는데도 상관없다면서 일단 한 번 만나자고 하는데 거절하느라 혼쭐이 난 기억이 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정말로 미국 시민이 아니어도 미군에 지원할 수 있더군요. 미국 시민도 아닌데 미국 국기를 가슴에 단 군복을 입고 미국을 지키는 장면을 상상하면 참으로 아이러니 하지만 뭐 까짓거 돈버는 직장이라 생각하고 미군에 지원하는 외국인도 꽤 많습니다. 


광고는 뭐 대충 이런 분위기 입니다.


징병제에다가 월급도 쥐꼬리 만큼 주고 한참 쟁쟁한 나이에 청년들을 부려먹는 우리나라 군대보다야 이렇게 편하고 돈도 많이 주는 미군 시스템이 너무 좋다고 생각하던 무렵에 친구가 이라크에 파병된다는 소식을 듣고 나니 역시 미국 사람들은 믿을 것이 못된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1~2년 편하게 돈을 주더니만 결국은 이라크로 보내버리다니... 교활하다고 해야 하나요 영리하다고 해야 하나요? 1년간 친한 친구를 못 볼 생각을 하니 아쉽긴 하지만 이왕 가게 된 거 돈이나 벌러 간다는 생각으로 부디 무사히 잘 갔다 왔으면 합니다.

친구는 이라크 가서 영화나 잔뜩 보고 온다며 300기가 짜리 외장형 하드를 하나 사서 영화며 애니메이션을 잔뜩 넣어 가지고 간다고 하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 친구가 배정 받은 곳은 생각보다 위험한 곳은 아닌가 합니다. 어쩌면 녀석이 그냥 별 생각이 없는 걸지도 모르겠군요.


p.s: 서비스로 올리는 미군 지원자 모집 광고 영상입니다.
제가 보기엔 좀 유치한 것 같은데 이런 걸 보고 몰려오는 지원자들이 꽤 많다는...

by 비타민 | 2008/03/17 16:31 | 태극기 + 성조기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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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erema at 2008/03/17 21:22
ㅋㅋㅋㅋㅋ 한국은 모병제 언제 하냐능... ㅋㅋㅋ
Commented by aerema at 2008/03/17 21:22
우리J 군 조심히 다녀오셔야 하실텐뎅... ㅡㅡ;
Commented by 월광토끼 at 2008/03/18 01:05
에레마//북한이 망하고 중국도 망하고 일본도 망하면.
주 방위군도 꽤 편하면서 돈도 많이 번다고 들었습니다.
게다가 주 방위군은 해외파병 될 일이 없죠.
하지만 주방위군의 경우 시민만 가능...
Commented by 비타민 at 2008/03/18 01:39
aerema // 한국이 모병제로 바뀌는 건 아마 우리가 죽기 전까지는 못 볼 듯.

월광토끼 // 예비군의 경우에도 해외 파병만 빼면 주 방위군과 다를바가 없는데 해외 파병이 너무 큰 것 같네요...
그리고 북한은 몰라도 중국과 일본은 망할 것 같진 않습니다. ㅠ
Commented by 러브햏 at 2008/03/19 18:09
나 미군 지원할까... 진짜 고민되네... 대학원 갈 돈은 벌수 있을거 아냐?
한국에서 군생활 다했는데 미군생활 쯤 웃으면서 코딱지 파는 수준이겠지...
Commented by 비타민 at 2008/03/20 01:57
러브햏 // 아... 혹시 진짜로 러브햏이 U.S.Army에 들어간다면 10년만에 안드로메다 떡밥 탄생.
Commented by 시니컬 at 2008/04/07 11:04
미육군에 지원했다는거 자체가 이라크 갈 위험 감수하고 지원하는거죠.

단지 1년있다가 이라크보내는게 교활한게 아니라요., 지금이 전시상황인데 오히려 파병안갔다오는 병사들이 희귀하죠.

미군이라고 완전 편한것 만 있는줄 아시는가 본데, 그만큼수당을 받고 각종 혜택을 받는것도

국가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임무를 수행한다는 조건 하이죠. 이건어느 군대나 다 마찬가지인것 아닌가요.

그리고 솔직히 한국군이랑 미군 비교하지 맙시다. 비교할만한 대상이되야죠, 한국군이 잘하는 거라곤, 선임 후임 나눠서 시다바리 짓하고, 시시콜콜한 이유로 대접한번 더 받아보려고 하는 그런 거 제일 잘하죠.

흔히 한국식 군기라고 하는 역겨운거
Commented by 시니컬 at 2008/04/07 11:06
그리고 미국 예비군은 미국내의 시민들을 보호하는 그런 군인들이죠.

그러니깐 자택 근무도 가능한거구요.

정규 미군에 비해선 편하지만, 예비군도 훈련 만만치 않죠.
Commented by 데프콘1 at 2009/10/09 04:17
미군을 복무하면 시민권을 준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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